Running with Stories

모든 발걸음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달리고,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억합니다. 러너스로그는 그런 발걸음의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가는 공간입니다.

『달리는 마음, 철학하는 몸』

Running Mind [마음]

나에게 마라톤이란?

krunrunrun 2025. 5. 16. 22:30

“이게 뭐지? 황영조, 이봉주 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 아니야?” 나에게 마라톤은 늘 텔레비전 속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던 나에게 마라톤은 그저 남들이 하는 일이었다.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러너들의 모습은“와, 저걸 왜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괜히 숨이 막혔고, 그저 한숨부터 나오는 운동이었다.나는 내가 지구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끈기도 없고, 체력도 약한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달리기를 한다는 건 내 인생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마라톤? 내 사전에 없던 단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뛰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온라인 판매자이자 유튜버로 살던 나는 오랜 앉은 자세와 무리한 작업으로 목과 허리를 혹사시켰다. 결국 내 몸은 ‘디스크’라는 만성 통증의 고질병을 앓게 되었고, 하루하루가 찌뿌둥한 몸과 뻣뻣한 목, 허리로 시작됐다. 병원은 정말 열심히 다녔다. 주사, 충격파, 도수치료, 봉침, 한약, 마약성 진통제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체중도 점점 늘어 어느새 90kg 언저리까지 갔고, 결국 의사 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수술할 게 아니라면… 이제 병원은 그만 오시죠. 약이나 시술은 다 일시적인 겁니다. 살 빼고 운동하세요.” 이 한마디에 나는 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동네를 달리기 시작했다.

 

2022년, 한여름의 첫 러닝

 

그렇게 2022년 여름, 땡볕을 맞으며 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절대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그땐 그저 땀을 많이 흘리면 살이 빠질 줄 알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달리기는 정말 순수했다. 앱에 남아있는 기록을 보니 페이스는 7분 30초에서 8분 사이. 당시엔 진짜 죽을 힘을 다해 뛴 것 같았는데, 지금 보면 그냥 열심히 슬로우 조깅을 했던 거다. ㅋㅋㅋ

하지만 그 한 걸음이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기를 통해 몸을 바꾸고, 삶의 리듬을 만들고, 결국 '마라톤'이라는 꿈까지 품게 되었다.

 

마라톤, 그 42.195km의 거리

 

우리가 알고 있는 마라톤의 공식 거리, 42.195km. 사실 이 거리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1908년, 영국 런던 올림픽에서
마라톤 경주는 **왕실의 윈저성(Windsor Castle)**에서 시작해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의 왕실 관람석 앞까지 이어지게 계획됐다. 왕실 가족이 결승선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마지막 지점이 조정되면서, 마라톤의 총 길이는 정확히 42.195km가 되었다. 이 독특한 사연으로 만들어진 거리는 이후 국제 기준으로 채택되며 지금도 전 세계 마라톤 대회에서 표준 거리로 유지되고 있다.

 

나에게 마라톤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에는 단지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마라톤은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 힘이었다. 그저 땀을 흘리기 위해 달렸던 나는 어느 순간 이 42.195km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낯설고, 가장 나다운 길이 되었다. 풀코스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도 아마 그 안에 내가 겪어온 고통, 회복, 변화의 시간들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