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with Stories

모든 발걸음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달리고,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억합니다. 러너스로그는 그런 발걸음의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가는 공간입니다.

『달리는 마음, 철학하는 몸』

Running Mind [마음] 4

30분, 10킬로미터, 그리고 1시간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나의 목표는 단순했다.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 것. 그 시간은 짧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당시의 나에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벅찬 도전이었다. 몇 분만 달려도 호흡은 금세 가빠지고, 다리는 무거워졌으며, 마음 깊은 곳에선 "여기서 멈춰도 되지 않을까?"라는 속삭임이 올라왔다. 그 30분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의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끝까지 달렸다는 사실은,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잠시라도 넘어서 보았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작고 조용한 승리는 내 안의 어떤 가능성을 처음으로 비추는 불빛이 되었다. 두 달의 노력 끝에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된 나는,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나아가 보기로 했다. 1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 이번에는 시간보다 거리..

마라톤 풀코스를 향하는 마음

처음엔 잘 몰랐다. 다만,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한 마음뿐이었다. 운동 부족, 체중 증가, 체력 저하, 스트레스, 건강 악화…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도 무거워질 즈음, 나는 달리기를 만났다. 조금은 억지로 시작했고, 뛰기만 하면 숨이 차고, 땀이 나고, 근육통으로 금방 멈춰 서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의 10분이, 그리고 조금 더 지나 도달한 5km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땠어? 이제 좀 괜찮지 않아?”“조금 뛰다 보니 할 만하지? 조금 더 가볼래?”“힘들었지만, 뛰길 잘했지?” 달리기는 그렇게 조금씩 나를 바꿔갔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처음엔 건강 때문이었다. 그러다 습관이 되었고, 어느새 삶의 리듬이 되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위해 뛰는 날이 늘어났다. 일상이 무너질..

달- : 움직이고 싶은 마음의 신호

인간 안의 생명력을 깨우는, 움직임의 본능이자 언어 ‘달리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1. 달음질하여 빨리 가다, 2.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3. (마음이나 생각이) 기울어 쏠리다, 4. 일에 열중하다 등 여러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어원적으로 보면, ‘달-’이라는 어근에 동작을 나타내는 접미사 ‘-리다’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그 짧은 음절 하나, ‘달-’에는 움직임, 속도, 방향성, 갈망이 담겨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육체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존재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내면의 충동이 응축된 살아 있는 언어다. ‘달-’은 무엇보다도 역동성을 품은 말이다.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 머물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뻗어나가려는 에너지..

나에게 마라톤이란?

“이게 뭐지? 황영조, 이봉주 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 아니야?” 나에게 마라톤은 늘 텔레비전 속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던 나에게 마라톤은 그저 남들이 하는 일이었다.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러너들의 모습은“와, 저걸 왜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괜히 숨이 막혔고, 그저 한숨부터 나오는 운동이었다.나는 내가 지구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끈기도 없고, 체력도 약한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달리기를 한다는 건 내 인생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마라톤? 내 사전에 없던 단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뛰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온라인 판매자이자 유튜버로 살던 나는 오랜 앉은 자세와 무리한 작업으로 목과 허리를 혹사시켰다. 결국 내 몸은 ‘디스크’라는 만성 통증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