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with Stories

모든 발걸음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달리고,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억합니다. 러너스로그는 그런 발걸음의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가는 공간입니다.

『달리는 마음, 철학하는 몸』

마라톤 4

마라톤 풀코스를 향하는 마음

처음엔 잘 몰랐다. 다만,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한 마음뿐이었다. 운동 부족, 체중 증가, 체력 저하, 스트레스, 건강 악화…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도 무거워질 즈음, 나는 달리기를 만났다. 조금은 억지로 시작했고, 뛰기만 하면 숨이 차고, 땀이 나고, 근육통으로 금방 멈춰 서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의 10분이, 그리고 조금 더 지나 도달한 5km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땠어? 이제 좀 괜찮지 않아?”“조금 뛰다 보니 할 만하지? 조금 더 가볼래?”“힘들었지만, 뛰길 잘했지?” 달리기는 그렇게 조금씩 나를 바꿔갔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처음엔 건강 때문이었다. 그러다 습관이 되었고, 어느새 삶의 리듬이 되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위해 뛰는 날이 늘어났다. 일상이 무너질..

"지금 당장 달릴 수 없는 당신"

2023년 4월 9일, 2월 10km 완주 후 생애 첫 하프코스 김포한강마라톤에 출전하였다. 12km 지점 페이스 4분 40초.. 나의 좌측 무릎 바깥쪽에서 찌릿한 신호가 온다.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 나의 레이스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통증으로 인해 절뚝거린 러닝자세로 피니쉬 라인을 들어온 순간 감격보다는 안도감이 나를 맞아 주었다. 그리고 걷는 것 조차 힘들었던 나는 집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계단은 물론 평지에서도 제대로 걷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장경인대 증후군(ITBS)”이라는 진단을 받고 충격파실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순간 나 자신에게 한심하고 실망감이 몰려왔다. “물리치료사인 내가 내 몸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치료할 수 있을까?”..

Running Body [몸] 2025.06.06

스토아적 달리기 : 나답게 달린다

어느 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오르며, 귀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함께 섞여 나를 자극한다. 공원으로 접어들어 달리는데 한 러너가 나를 지나쳐 달려간다. '왜 이렇게 힘들지?' '저 사람은 나보다 빠르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하지?' 머릿속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그때 문득, 고대 철학자 포시도니우스의 말이 떠올랐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하고 정복할 수 있는 영역은 바로 나 자신뿐이니까." 달리기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다. 나와 나 사이의 싸움이며, 외부 환경과의 타협이고, 무엇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

달- : 움직이고 싶은 마음의 신호

인간 안의 생명력을 깨우는, 움직임의 본능이자 언어 ‘달리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1. 달음질하여 빨리 가다, 2.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3. (마음이나 생각이) 기울어 쏠리다, 4. 일에 열중하다 등 여러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어원적으로 보면, ‘달-’이라는 어근에 동작을 나타내는 접미사 ‘-리다’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그 짧은 음절 하나, ‘달-’에는 움직임, 속도, 방향성, 갈망이 담겨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육체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존재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내면의 충동이 응축된 살아 있는 언어다. ‘달-’은 무엇보다도 역동성을 품은 말이다.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 머물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뻗어나가려는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