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with Stories

모든 발걸음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달리고,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억합니다. 러너스로그는 그런 발걸음의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가는 공간입니다.

『달리는 마음, 철학하는 몸』

Running Mind [마음]

마라톤 풀코스를 향하는 마음

춤추는별 2025. 6. 7. 14:54

처음엔 잘 몰랐다. 다만,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한 마음뿐이었다. 운동 부족, 체중 증가, 체력 저하, 스트레스, 건강 악화몸이 무거워지고, 마음도 무거워질 즈음, 나는 달리기를 만났다. 조금은 억지로 시작했고, 뛰기만 하면 숨이 차고, 땀이 나고, 근육통으로 금방 멈춰 서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의 10분이, 그리고 조금 더 지나 도달한 5km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땠어? 이제 좀 괜찮지 않아?”

조금 뛰다 보니 할 만하지? 조금 더 가볼래?”

힘들었지만, 뛰길 잘했지?”

 

달리기는 그렇게 조금씩 나를 바꿔갔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처음엔 건강 때문이었다. 그러다 습관이 되었고, 어느새 삶의 리듬이 되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위해 뛰는 날이 늘어났다. 일상이 무너질 때, 생각이 너무 많을 때, 혹은 마음이 오히려 조용할 때조차도 나는 달렸다. 정리하기 위해, 잊기 위해, 받아들이기 위해, 나와 마주하기 위해. 그렇게 달리기는 점점 내 삶의 다른 이름이 되어갔다. 그건 더 이상 운동이 아니라, 힘들고 의미 없어 보이는 삶이라 할지라도 살아내겠다는 다짐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올랐다.

 

마라톤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그건 단순히 도전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거리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끝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가? 고통을 견디는 힘을 품고 있는가? ‘마라톤이라는 말은 나에게 숫자가 아니라, 의지와 용기, 그리고 자기 신뢰에 대한 상징이었다.

 

그 질문이 생긴 순간부터, 달리기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매일의 루틴이던 달리기는 하나의 여정이 되었고, 단순한 운동이던 그것은 의미를 향한 훈련이 되었다. 예전엔 힘들면 멈췄다. 지금도 멈추지만, 이유가 달라졌다. 그때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멈췄다면, 지금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보기 위해 멈춘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마라톤은 단지 한 번의 완주로 끝나지 않는다. 그건 한 번의 도전이 아니라, 지속해서 나를 마주하는 마음의 반복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 자신을 조금 더 만나기 위해, 조금 더 멀리 가보기 위해,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계속 달린다. 이미 열여섯 번의 마라톤을 완주했지만, 나는 여전히 풀코스를 향해 나아간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를 만나기 위해, 나를 넘기 위해,

나는 다시 시작하고, 다시 달린다.

그 마음은, 지금도 풀코스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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