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with Stories

모든 발걸음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달리고,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억합니다. 러너스로그는 그런 발걸음의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가는 공간입니다.

『달리는 마음, 철학하는 몸』

러닝 2

"지금 당장 달릴 수 없는 당신"

2023년 4월 9일, 2월 10km 완주 후 생애 첫 하프코스 김포한강마라톤에 출전하였다. 12km 지점 페이스 4분 40초.. 나의 좌측 무릎 바깥쪽에서 찌릿한 신호가 온다.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 나의 레이스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통증으로 인해 절뚝거린 러닝자세로 피니쉬 라인을 들어온 순간 감격보다는 안도감이 나를 맞아 주었다. 그리고 걷는 것 조차 힘들었던 나는 집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계단은 물론 평지에서도 제대로 걷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장경인대 증후군(ITBS)”이라는 진단을 받고 충격파실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순간 나 자신에게 한심하고 실망감이 몰려왔다. “물리치료사인 내가 내 몸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치료할 수 있을까?”..

Running Body [몸] 2025.06.06

달- : 움직이고 싶은 마음의 신호

인간 안의 생명력을 깨우는, 움직임의 본능이자 언어 ‘달리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1. 달음질하여 빨리 가다, 2.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3. (마음이나 생각이) 기울어 쏠리다, 4. 일에 열중하다 등 여러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어원적으로 보면, ‘달-’이라는 어근에 동작을 나타내는 접미사 ‘-리다’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그 짧은 음절 하나, ‘달-’에는 움직임, 속도, 방향성, 갈망이 담겨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육체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존재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내면의 충동이 응축된 살아 있는 언어다. ‘달-’은 무엇보다도 역동성을 품은 말이다.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 머물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뻗어나가려는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