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오르며, 귀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함께 섞여 나를 자극한다. 공원으로 접어들어 달리는데 한 러너가 나를 지나쳐 달려간다. '왜 이렇게 힘들지?' '저 사람은 나보다 빠르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하지?' 머릿속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그때 문득, 고대 철학자 포시도니우스의 말이 떠올랐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하고 정복할 수 있는 영역은 바로 나 자신뿐이니까." 달리기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다. 나와 나 사이의 싸움이며, 외부 환경과의 타협이고, 무엇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