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with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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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마음, 철학하는 몸』

Running Philosophy [철학]

스토아적 달리기 : 나답게 달린다

춤추는별 2025. 6. 6. 11:35

어느 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오르며, 귀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함께 섞여 나를 자극한다.

 

공원으로 접어들어 달리는데 한 러너가 나를 지나쳐 달려간다. '왜 이렇게 힘들지?' '저 사람은 나보다 빠르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하지?' 머릿속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그때 문득, 고대 철학자 포시도니우스의 말이 떠올랐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하고 정복할 수 있는 영역은 바로 나 자신뿐이니까."

 

달리기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다. 나와 나 사이의 싸움이며, 외부 환경과의 타협이고, 무엇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훈련이다. 비가 올 수도 있고, 발목이 아플 수도 있고, 옆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잘 뛸 수도 있다. 이런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 호흡을 가다듬는 일, 페이스를 조절하는 일, 오늘의 컨디션에 맞는 속도로 나아가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딛는 것.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하는 은 결과가 아니라, 올바른 선택과 책임감 있는 태도에서 나온다. 달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마음과 태도로 뛰었는가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늘 비교하게 된다. ‘왜 나는 느릴까?’, ‘왜 저 사람처럼 가볍게 못 뛸까?’ 그런 생각에 빠질수록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스토아 철학은 말한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아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것이다.”

 

나는 남보다 잘 뛸 필요가 없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뛴다. 달리기에서 비교는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의 길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은, 모두에게 다르다.

 

때로는 달리다가 불안이 따라붙는다. ‘이걸 왜 하고 있지?’, ‘앞으로 더 뛸 수 있을까?’, ‘언제쯤 끝날까?’ 그런 생각이 들면 발이 무겁고 가슴은 답답해진다. 포시도니우스는 이런 순간에 이렇게 말한다.

 

진실과 진리가 넘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코 영혼의 비이성적인 부분에 이끌리면 안 된다.”

 

내 안의 불안, 의심, 초조함은 내가 만든 감정이다.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이 중심을 잡을 때, 나는 계속 뛸 수 있다. 달리기는 나를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훈련은 삶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꾸 언젠가도달할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를 견디려 한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잘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나를 잡아당긴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달리기를 마치고 숨을 고를 때, 나는 안다. 기록이 어떻든 간에, 나는 오늘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비록 바람이 불고, 길이 미끄럽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빨랐지만 나는 나대로 끝까지 달렸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오늘 나는, ‘스토아적으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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