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마라톤을 은유로 사용한다. 누군가는 인생이 마라톤 같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관계를, 성장의 여정을 그렇게 부른다. 마라톤이란 무엇이기에, 우리는 그 이름으로 삶을 설명하려 하는 걸까?
마라톤은 단지 42.195km라는 거리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그건 한 인간이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음의 형식이며,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려는 존재의 방식이다. 마라톤에는 출발선이 있고, 결승선도 있고, 설렘이 있고, 설렘을 능가하는 두려움도 있고, 중도 포기도 있고, 걷다가 다시 뛰는 선택도 있다. 마지막 몇 km를 남겨두고 멈춰야만 하는 순간도 있다. 그 모든 순간은 마라톤이기도 하고, 동시에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마라톤은 여러 면에서 삶을 닮은 극장이다. 누군가는 주체할 수 없는 젊음처럼 질주하고, 누군가는 세상사를 충분히 경험한 어른처럼 속도를 조절하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불태운 자처럼 탈진의 피로를 즐기듯 회복하며 걷는다. 누군가는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달리고, 누군가는 스스로를 극복하기 위해 달린다. 누군가는 자신을 채찍질하듯 달리고, 누군가는 달래듯 달린다.
달리는 페이스는 모두 다르지만, 주로에서 느끼는 고통은 공유된다. 함께 달리고 있지만, 철저히 혼자이기도 하다. 삶도 그렇다. 조언은 들을 수 있지만,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하고, 고통은 함께 느낄 수 있어도, 결국은 내가 견뎌야 한다.
마라톤은 나에게 묻는다. “너는 끝까지 가볼 마음이 있는가?” 그 질문은 무겁지만, 동시에 존재를 일으켜 세운다. 왜 달리는지 몰라도 발이 앞으로 나아가듯, 왜 살아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어도 나는 어딘가로 나아간다. 그 한 걸음이 바로, 나의 의지이고 그 걸음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마라톤과 같은 삶이 된다.
마라톤을 뛰는 사람은 안다. 30km의 벽이 찾아왔을 때, 몸보다 마음이 먼저 주저앉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을 견디고 넘어서는 법을 아는 사람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벽도 다르게 본다. 삶에서 우리는 우리를 멈춰 세우는 수많은 벽의 연속을 마주하고, 마라톤은 그 벽을 뛰어넘는 연습이다. 그리고 결국, 마라톤은 완주라는 결승선보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 마음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누군가는 걸어서, 누군가는 울면서, 누군가는 주먹을 불끈 쥔 채 결국은 끝까지 간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마라톤은 달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내는 것이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한 인간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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