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일요일 새벽.
잠은 푹 잤다. 몸이 가볍다. 피곤함은 없지만, 이불 속은 여전히 편안하고 유혹적이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정겹다 못해 조금은 시끄럽기까지 하다. 이불 밖으로 나가자고 재촉하는 나와, 아직은 조금 더 이 안에서 머물고 싶다는 내가 잠시 대화를 나눈다.
‘노래 한 곡만 듣고 나가자.’
그렇게 타협했지만, 결국 세 곡을 듣고서야 운동화를 신는다.
일요일 새벽의 달리기.
이건 한 주를 마무리하는 달리기일까, 아니면 또 다른 한 주를 준비하는 달리기일까. 그건 매번 달라진다. 가열차게 달려온 한 주의 끝에서는 마무리의 달리기가 되고, 조금 막막한 새로운 한 주를 앞두고 있을 때는 준비의 달리기가 된다. 삶의 리듬이 달리기를 규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둘 다 맞는지도 모르겠다. 마무리이면서 동시에 시작이기도 한, 연결의 달리기.
주말의 달리기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멈춤으로서의 쉼이 아니다. 전환으로서의 쉼이다. 그 쉼은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르며 방향을 다잡고, 리듬을 조율하는 시간이다. 달리기는 그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좋은 이음쇠가 된다.
오늘은 달리기에 대해 생각하며 달린다.
한 주를 닫고 또 다른 한 주를 여는, 그 중간 어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의식은 바로 달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의미를 되새기며 달리다 보면 자주 멈추게 된다. 길 위의 작은 것들이 자꾸 말을 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다 느꼈던 새소리가 이젠 내 발걸음을 응원하는 소리로 들리고, 동네 주민과 산책 나온 낯익은 개와도 반가운 눈인사를 나눈다. 저수지는 마른 듯 고요하고, 논에는 물이 들어가 있다.
몸이 이끄는 곳을 향해 달린다.
홍성의 일요일 새벽 달리기에는 정해진 루트가 없다. 그저 끌리는 대로 걷고, 달린다. 산책하듯, 사유하듯. 의식처럼,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살아내며 달린다. 몸에 이끌려 마음이 따라간다.
쉼으로서의 달리기를 끝낸다.
하지만 오늘 의식으로서의 달리기는 운동으로서, 훈련으로서의 달리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오전 일을 마치고, 마을 농부들과 점심을 먹으러 갈 때는 달려가 볼 생각이다. 그 달리기는 또 다른 결이 될 것이다. 일요일 새벽의 의식 같은 달리기와는 다른, 조금 더 생기 있고, 목적 있는 달리기. 일상과 연결된 또 하나의 흐름.
나는 그렇게, 오늘도 두 개의 달리기 사이를 살아간다. 하나는 나를 위한 의식으로, 다른 하나는 삶과 어우러지는 리듬으로.